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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공부를 하며 한 이 년 여에 사서를 다 쓰고 그 뒤 삼경을 쓰는데, 산문은 사서로도 엔간히 봤다, 난 바쁘다, 서경은 그냥 역사서이고 주역은 너무 관념적이라며 시경에만 푸욱 빠져 일 년 여 쓰고 놀다 나오니 다시 산문으로 들어갈 요량이 생기질 않았다.
조선의 한시들을 보아야 했고 그 먼 시대에서 얼른 빠져나오고 싶기도 했다. 허나, 빼놓고 갈 수가 없어 고문진보를 들여다 보다가 공부 제대로 안하고 갈 수 없어 원문 쓰기 또 한 일 년 여..
그리고는 조선조 손곡 이달의 한시로 들어가고 운곡 원석천으로 갔던 것인데..
엊그제 명리 책을 보고, 명리는 아니더라도 (사서삼경 공부에서 빼먹은) 주역을 좀 공부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방 서가에서 한 시간 여 관련 서적들을 훑었으나 결국,
에이 관두자.. 가 되었다. 어떤 책도 나를 주역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그냥, “ 결국 마음 내키지 않았다”란 표현도 있는데.. 쩝..)
그리곤, 세계사며 다른 책들을 기웃거리다 결국 근래의 가장 가까운 관심사인 한문(한시)과 글씨 쪽으로 기울어져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단 한권만 집어들고 나왔다.
물론, “유배”가 우선 나의 마음을 먼저 이끌었을 것이다. (스스로의 유배..)
지은이 석한남 씨는 독학으로 한문과 고서화 전문가가 된 분이란다. 한문 번역과 고증, 자료 취사의 적확성이 뛰어나고 저 두 거장의 일상과 예술(학술)에 관한 평론의 품이 예사롭지 않다.
비슷한 시기, 조선조 학술 문예사의 두 거장 다산과 추사. 그 분들의 문화사적 존재감과 함께 일상의 모습들을 풍부한 자료로 아주 리얼하게 재생하고 있다. 굿 초이스, 행운이라 할 만한..
때로,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성취에 가슴 뻐근하기도 하고 사적 영역에까지 접근하여서는 애잔하고 탄식이 나오게도 한다.
기득권 출신으로 평생 그 기득권을 잃지 않고(귀양 가서도) 여유로웠던 한 사람(추사)은 그의 인품이나 문장이 아닌 글씨로만 남았고,
양반 자제이긴 해도 아버지를 따라 지방으로 전전하는 어린 시절을 보내며 민중적 시선을 가지게 됐던 한 사람(다산)은 결국 그의 인품과 성찰이며 애민 정신 등이 방대한 저술로 남았다.
“유배”는 그들에게 벌이었지만 약이되었고 그 약들은 세상에 없는 위대한 것들을 낳게 하였다.
지은이는 깊은 한학(?) 실력으로 고문들을 탁월하게 번역하고 있고, 특히 감사하게도 한자 원문을 같은 폰트 급수로 게재하여 관심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여기 실린 한문 시나 산문을 이 분의 번역으로 공부하여도 아주 훌륭한 공부가 될 듯 하다. (중국의 한문이 아니라 조선의 한문..)
튼튼한 다큐 영화 한 편을 보듯이 깊이 몰입하며 단숨에 읽었다. 감사한 일이다. 이 좋은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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