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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문명과 안데스의 자연을 온몸으로 부딛혀 체험하는 대장정의 답사 보고서이다.
두 달간 남미 안데스 서부 다섯 개 나라의 여러 유적지와 도시들, 고산 빙하 지대의 트래킹과 이스터 섬, 남미 최남단 해협의 여정 등을 아주 꼼꼼한 메모와 공부에 기초해 기술하고 있다.
사실, 이런 여행기는 마주하기가 부담스럽다. 당연히 설레기 때문이다. 또 부럽고 나는 뭐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 같은 것들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나이에 이젠 불가능해진 욕망과 만나기 때문이다. “욕망”. 낯선 것에 관한 호기심과 그 속에 들어가 보고 싶은 욕망.
저자는 과연 치밀한 준비와 공부가 있었던 것 같아 역시 나완 달라, 그래서 난 이런 여행 못하지.. 하게 한다.
게다가,
여행의 의미 자체에 관한 생각에서부터 여행자의 사진 찍는 행위에 관한 윤리적 문제까지 존경스러울만치 엄격하고 겸손하고 신사적이어서 그가 느끼는 자연 경관에의 감동이나 거기 사람들에 대한 연대감과 연민까지 오롯한 신뢰로 공감하게 한다.
문자도 없이 사라져버린 고대 문명에 관한 그의 상상력과 해석(또는, 의문까지)은 열린 마인드의 젊은 학도 같은 풍모로, 문명과 동떨어진 순수 자연에 대한 뜨거운 찬탄은 “말로 표현할 길 없다”는 그의 겸사가 굳이 필요 없이 더 젊은 소년의 감수성으로 전래져 온다. 그리고, 그 두 달 간의 고단한 몸으로 풀어내는 찬찬한 사색이 여행기의 깊이감을 더 해 준다.
가까운 지인인 그이는 이렇게 새로운 면모를 내게 보여 준다. 그런데 그 뿐인가. 문학, 음악이나 미술에 관한 깊은 관심과 지식과 견해에 놀랍게 하고, 남미 각국의 아픈 근현대사에 관한 친절하고 명료한 해설, 더구나 인권 변호사로서의 확고한 신념으로 그것들을 비평하고 전망하는 꼭지들도 책 사이 사이에 적절하게 배치돼 있다.
그이의 말대로, 여행하는 기간보다 글 쓰는 기간이 더 길었고 글 쓰는 기간보다 책으로 다듬는 기간이 더 길었다는 말도 실감이 난다. 그 힘든 코스를 홀로 종주하며 때로 허기와 피로에 지친 몸으로도 한 부분이라도 놓지지 않으려고 행적과 감상을 얼마나 집중해서 반추하고 메모했을 것이며, 글을 쓰면서는 여행 준비보다 더 충실한 자료들을 보충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 것인지..
아, 아쉬운 것 하나. 책이 두꺼워져서 그랬겠지만, 좋은 사진들이 너무 적고 직다. (그이는 야생화 사진 전문가이다.) 사진들이 본래 실제 본 것만 못하다지만 좀 더 많이, 크게 앉혀 줬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몇 년 전, 역시 지인인 한 농민 운동가(김병수 선생. 이젠 고인이 되었다. 여기서 삼가 명복을 빈다.)의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유럽과 중남미의 작은 공동체 탐방기였다. 3년 여의 도정이었는데, 그걸 따라다니는 나도 얼마나 힘들었던지.. “나도 당신하고 같이 그 힘든 여행 다녀왔다”고 말했고, 그 피로감이 두어 달 갔는데..
참 또, 지인 한 분. 여성. 혼자서 한 남미 여행기도 있었다. ("세계를 꿈꾸는 자들, 그대들은 하나다, 박수정의 남미 변두리 여행기")
아아.. 여행자들..
(앗, 또 있다. 또 지인,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여행하는 인간>에도 남미 이야기가..)
이 여행기, “남미의 숭고한 자연과 역사에 보내는 헌사”라는 부제의 책은 또 얼마간 내 안에서 그 두터운 책장들로 무겁게 펄럭일 것이다.
모든 여행자들이여, 부디 발길 멈추지 마시기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그리고, 얘기해 주시기를.
우린 더 많이 보았고, 생각했고, 더 열려 있다고..
저자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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