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蓀谷集(손곡집)
손곡(蓀谷) 이달(李達)의 한시집(漢詩集)
어떻게 원주에 연고가 생기게 되어 아주 귀한 자료를 얻게 되었다.
손곡 이달의 한시집, 허균이 간행해서 남긴 <손곡집>이라는 책인데, 이 책을 원주시에서 2006년에 다시 출판했고 시에서 보관하고 있던 그 중의 한 권이다.
이 달은 조선조, 1500년대 말에 미천한 신분으로 오로지 한시 쓰기에만 매달리며 한평생을 살다 간 사람이다.
생애 후반에 원주의 현 부론면 손곡리에 거처를 두고, 제주에서 평안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유랑하며 수많은 한시를 쓰고 당대의 시인들과 폭넓게 교유했으나
그 불우한 환경을 어쩌지 못하고 단지 뛰어난 시적 성취로만 위안 삼아야 할 안타까운 삶을 살았다.
이 책에 담긴 300 편 가까운 시편들은 전체의 아주 일부에 불과할 것이나 그의 삶과 고뇌, 시풍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의 제자였던 허균의 뜨거운 애정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까지 남겨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허균은 물론 허난설헌까지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관계가 깊었던 모양이고 그 영향은 아마 그 후의 많은 후학들에게까지도 미쳤을 것이다.
그의 시풍에 관해서 내가 짧은 소견을 내 놓을 수는 없는 일이나 개인적 슬픔이나 우수 또, 힘들게 살아가는 당시 인민들의 삶에 관한 깊은 연민이 뛰어난 시적 표현으로 드러나고,
가난한 시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의탁할 수 밖에 없었을 관리들과의 관계에서 나온 또 다른 풍모의 시편들은 학문적 깊이감까지 잘 보여 준다.
내가 한시 공부를 하면서 계속 느꼈던 한시의 상상력(정치적, 예술적, 철학적)의 한계는, (그것이 한문이라는 문자의 한계일까, 아니면 시대의 한계일까, 지식과 사변의 한계일까.. )
나를 다시 궁금하게 하지만 그 어려운 삶의 조건과 제약 속에서 이런 시인들이 존재했고, 이만한 성취라도 냈다는 일에 깊이 고개 숙일 수 밖에 없다.
또 한 계절을 거의 5 세기 전의 반도 땅, 봉건 왕조의 풍경과 상황 속으로 들어가 그와 같이 호흡하며 잘 정리된 그의 시를 읽고 썼다.
감사한다.
탁월한 번역과 주석을 붙이신 허경진 선생께도..
이 책, 또 누군가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수도 있겠기에
감히 밑줄 하나 긋지 못하고.. 얼핏 접어 두었던 페이지의 시 한 편만 올린다.
"강 가 나무에다 집 얽어 세워
발을 걷으면 포구 모래밭이 보이네
먼 산엔 맑은 구름 일어나고
가까운 강물은 저녁 되며 차가워라
하늘이 넓어 나는 새를 보고
사람은 한가로워 지는 꽃잎을 세네
주막집 푸른 깃발이 고기잡이 집에 내걸렸으니
막걸리도 외상으로 마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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